싱그러운 5월, 파주에 가자-마장호수편

마장호수는 2001년에 농업용 저수지로 조성되었으나, 파주시가 일대 20만m²를 공원으로 조성하면서 도심형 테마파크로 재탄생했다. 1급 수의 맑은 물과 자연이 어우러진 이곳은 자연 속에서 도시의 소음을 벗어날 수 있는 파주의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되었다.

마장은 인근의 마장리 지명을 따서 지었으며 1504년(연산군 10) 전국에서 군마를 집결시켜 사육하고 기마훈련장으로 이용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당시 마장골 또는 마장동이라고도 불렀다.

마장호수는 2001년 기산리에 준공된 농업용 저수지이다. 양주시 팔일봉과 파주시 고령산 사이 8만평 협곡에 조성되었고 1,138ha의 유역에서 29만톤의 용수를 저장할 수 있다.

준공 직전인 1999년, 기산리와 마장리 하류 지역 농민들이 몽리구역 지정으로 인한 지가하락을 우려해 시위를 벌였고, 결국 해당 지역은 몽리구역에서 제외되었다.

원래 마장호수가 조성된 기산리는  양주군 백석면으로 1983년 영장리와 기산리가 당시 파주군으로 편입된 지역이다. 마장 저수지의 이름이 기산 저수지로 되어야 했지만 1975년에 조성된 기산 저수지가 있어 제외됐다. 따라서 기산리와 인접한 영장리를 따서 영장 저수지가 되어야 했지만 마장저수지로 됐다. 이유는 알 수 없다.

5월의 파주, 그중에서도 마장호수는 특별한 매력으로 방문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싱그러운 녹음이 물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살랑이는 봄바람이 호수 면을 잔잔히 어루만질 때, 이곳은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호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220m 길이의 출렁다리는 마장호수의 심장부와도 같다. 다리에 발을 디디는 순간, 이름 그대로 미세하게 출렁이는 감각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중앙부 18m 구간에 설치된 방탄유리 바닥은 아찔한 스릴을 선사하며, 호수 위를 걷는 듯한 환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어른들의 탄성이 다리 위를 오가는 동안, 마장호수의 전경은 모든 이의 마음속에 잊을 수 없는 풍경화로 남는다.

어느덧 시선을 돌려 호수를 바라보면, 물빛은 하늘을 그대로 담아내는 거울이 된다. 맑은 날에는 하늘의 푸른빛을, 흐린 날에는 구름의 몽환적인 모습을, 석양이 질 무렵에는 주황빛 물결을 고스란히 품어낸다. 이렇게 시시각각 변하는 마장호수의 얼굴은 방문객들에게 매번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총 4.5km에 달하는 수변 산책로는 호수를 한 바퀴 돌며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데크와 목교로 이루어진 이 길은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더없이 좋은 산책 코스다. 2022년에는 상류 620m 구간에 데크가 추가 연결되어 이제 전체 4.62km를 순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른 봄날 아침, 호수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마치 꿈속을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마음의 무게도 조금씩 가벼워지는 것만 같다. 여기서 만난 자연은 우리에게 잠시 멈춰 서서 삶의 여백을 음미할 여유를 선물한다.

호숫가에 자리한 전망대에서는 마장호수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3층 구조의 전망대에는 카페와 매장이 갖추어져 있어,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호수의 풍경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호수의 너른 품에 안겨, 명상에 잠기듯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휴식이 된다.

마장호수는 수상 레저를 즐기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투명카누 10대, 카약 12대, 수상자전거 등 다양한 수상 레저 기구를 대여하여 호수 위에서 색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다. 호수 면을 가르는 노 젓는 소리와 물결이 만들어내는 잔잔한 음악은 도시의 소음에 지친 귀에 위안을 준다.

봄이 무르익어가는 5월의 마장호수는 더욱 특별하다. 호수 주변을 둘러싼 나무들은 연둣빛 새 잎을 틔우고, 수변에는 야생화들이 은은한 향기를 뿜어낸다. 이 계절의 마장호수는 마치 생동하는 자연의 교향곡을 연주하는 듯하다. 봄의 합창이 울려 퍼지는 이 공간에서, 우리는 잠시 일상의 소음을 잊고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해가 저물어 갈 때, 호수 위로 내려앉는 석양은 또 다른 마장호수의 매력을 드러낸다. 붉게 물든 하늘이 호수에 비치는 모습은 마치 자연이 그린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제3주차장 인근에 위치한 휴 캠핑장에서는 자연과 하나 되는 특별한 밤을 보낼 수 있다. 작은 텐트 안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와 풀벌레 소리는 도시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자장가가 되어준다.

마장호수는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최적의 장소다. 출렁다리의 짜릿한 감각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평탄한 산책로는 가족 모두에게 편안한 산책을 선사한다. 곳곳에 마련된 휴게 공간과 포토존은 아이들과의 추억을 담기에 더없이 좋은 배경이 된다.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때는 7500번 직행좌석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교하차고지에서 출발하여 운정역을 경유, 마장호수까지 약 1시간 15분이 소요된다.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8개의 공영주차장 중 출렁다리와 가까운 1, 2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으나, 주말에는 일찍 만차가 되니 유의해야 한다.

마장호수 주변은 조선의 영조와 관련된 역사적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영조의 생모인 숙빈 최씨의 원소 소령원, 원찰인 보광사, 그리고 영조의 후궁 정빈이씨의 원소인 수길원이 자리하고 있다.

숙빈 최씨는 연잉군(훗날의 영조)이 왕위에 오르기 6년 전인 1718년에 세상을 떠났다. 효심 깊은 연잉군이 직접 나서서 어머니의 묘터인 소령원을 마련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죽어서도 효도하겠다는 마음으로 맞은편에 자신의 묫자리를 잡아두었다가 훗날 그곳에 먼저 세상을 떠난 정빈이씨를 모신 것이 수길원이다.

특히 덕파령은 영조의 이야기가 깃든 고개다. 원래는 고개가 가팔라 백성들이 곡식을 ‘됫박’으로 날랐다 하여 ‘됫박고개’로 불렸으나, 영조가 소령원을 오가는 길을 더 파서 낮추라 명하여 ‘더파기고개’가 되었다. 이것이 일제 강점기 행정구역 개편 때 발음이 비슷한 한자로 ‘덕파령’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보광사는 숙빈 최씨의 원찰로, 영조의 깊은 효심으로 왕실의 보호와 지원을 받아 크게 중창된 사찰이다.

마장호수는 2018년 개장 이후 6백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은 인기 명소다. 2020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한 전국 톱10 관광지 중 8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호흡을 고르는 쉼터, 그것이 바로 마장호수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싱그러운 5월, 파주 마장호수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연의 숨결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출렁이는 다리 위에서, 잔잔한 호수 앞에서, 우리는 잊고 있던 마음의 여유를 다시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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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호수 스냅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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